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는 작은 것을 크게 증폭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간단하게 공유 버튼만 누르면 작은 이야기도, 덜 알려진 맛집도 널리 멀리 알릴 수 있습니다. 이런 SNS의 영향력이 미담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하지만 사람들을 끌어모아 누군가의 분노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여기, 그 SNS의 부정적인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vlogbrothers는 스웨덴의 한 유명한 나무 ‘브로콜리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붸테룬 호수가에는 브로콜리 모양의 나무가 있습니다. 출근길에 만나는 그냥 흔한 나무입니다.
2013년 봄, 한 사람이 아이폰으로 이 브로콜리 나무를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생긴 것이 브로콜리 닮아서 브로콜리 나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그냥 호숫가의 흔한 나무였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갔고 43개의 좋아요가 찍혔습니다. 평범한 수준입니다.
이후 이 나무는 사시사철과 흐린 날 밤 등 다양한 시간과 계절이 담긴 사진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라갔습니다.
2013년 11월에는 좋아요가 107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2014년 4월, 한 사람이 인스타그램에 ‘thebroccolitree’라는 계정으로 매주 브로콜리 나무를 촬영해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이 이 브로콜리 나무를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브로콜리 나무를 촬영한 사진을 모아 브로콜리 나무 아래서 ‘브로콜리 나무 사진전’까지 개최하게 됩니다.
이후 프로 사진가들이 찾아와서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아름다운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립니다. 이런 멋진 사진들이 기폭장치가 되어 브로콜리 나무의 인기가 폭발하게 됩니다.
2016년부터는 브로콜리 나무를 보기 위한 관광객이 방문하기 시작합니다. 구글맵에서 브로콜리 나무라고 치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차를 몰고 이 나무의 인증샷을 찍기 위해 방문합니다.
브로콜리 나무 인스타 팔로워는 2만 7천 명이 될 정도로 인기 계정이 되었습니다.
좋아요는 3자리에서 4자리로 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라고 할 정도로 인기 폭발입니다.
누군가가 이 나무를 자르려고 시도를 합니다.
제발 이 나무를 자르지 말라는 글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옵니다.
그러나 며칠 후, 브로콜리 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인적이 드문 밤에 전기톱으로 잘라 버렸나 봅니다. 경찰도 나무를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유명세를 탄 나무가 잘린 일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있던 황금 가문비나무도 인기를 끌다가 벌채되었습니다.
그룹 U2의 앨범에 들어간 Joshua Tree는 촬영 이후 누군가가 벌채를 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이 5,000년이나 되는 브리스톨 콘 파인 나무의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알려지면 누군가가 나무를 훼손할 것이 뻔하니까요.
2008년경을 전후로 대학로 뒤 이화마을은 이화벽화마을로 불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벽화가 많이 있는 동네였습니다. 서울에 있는 흔한 언덕을 가진 주택가였으나, 아름다운 벽화들이 가득하자 이곳은 유명 사진 출사지를 넘어 인기 관광지가 됩니다.
특히 2011년에 이곳에서 1박 2일이 촬영되면서 그 인기는 폭발하게 됩니다. 정점은 2013년경으로 기억됩니다. 국내 및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주말에는 번화가 이상으로 번잡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어느 날, 아름다운 벽화는 붉은 락카 칠과 함께 지워졌습니다.
지운 사람들은 동네 주민들이었습니다. 이화벽화마을은 관광지이지만 주택가로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은 밤낮으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고통을 받았습니다. 만약 이 이화벽화마을이 상가들이 많은 곳이었다면 관광객들로 인해 큰 수익을 냈을 겁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몰려와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오히려 사생활 침해 및 소음을 발생하니 사는 환경이 아주 안 좋아졌습니다. 이에 화가 난 주민들은 결국, 벽화를 지웠습니다.
왜 브로콜리 나무가 잘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이 관광지가 되면서 누군가가 불편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조용한 산책길이 번화가가 되는 모습을 지역 주민들은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유명세를 노린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이유이든 간에 나무에게는 이기적인 인간의 행동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나무가 유명해졌다고 잘려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최고로 유명한 올림픽 공원의 나홀로 나무는 여전히 우뚝 서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진 출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림픽 공원이라서 곳곳에 감시하는 눈이 있고 CCTV가 있어 불길한 손길을 쉽게 막을 수 있고 낮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서 자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저 브로콜리 나무가 한국에 있었다면 더 오래오래 살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말도 생각납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사진작가 숀은 정말 촬영하기 어려운 눈표범을 촬영하기 위해서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눈표범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숀은 셔터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월터는 왜 안 찍냐고 다그쳤고 숀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내가 촬영한 사진으로 그 피사체가 인기를 얻어 고통을 받는다면 촬영하지 않거나, 촬영해도 공유하지 않거나, 공유해도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 세심함도 함께 있어야 할 겁니다. 뭐 나무 자른 놈이 문제이지 알린 사람이 문제냐고 지적할 수 있고 그게 맞는 말입니다. 다만 유명세로 피사체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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