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전성시대다. 책방이 읽고 사고 파는 곳에서 문화 공간으로, 놀기 좋은 이색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북카페를 넘어 내 집처럼 편히 맥주 마시며 보는 책방, 어른을 위한 그림책방, 캠핑장을 콘셉트로 한 만화카페, 지역 문화를 이끄는 소통 공간으로서의 책방까지. 다양성을 갖춘 이색 책방 3곳을 소개한다.
[왼쪽/오른쪽]'책맥'의 시작, 북바이북 / 동화 같은 공간, 달달한 작당
어른을 위한 그림책 카페, 달달한 작당
홍대입구역 경의선 숲길 초입, 골목 하나를 꺾어 돌면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2층 양옥집이 눈에 띈다. 그림책 카페 '달달한 작당'이다. 만화카페 '즐거운 작당'으로 홍대 일대에 만화방의 대변신을 일으켰던 김민정 대표가 2016년 1월, 또 한 번 작당을 벌였다. 그림책을 만화방에 갖다 놔도 손을 잘 타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서, 아예 그림책만 한데 모은 책방 겸 카페를 연 것이다.
[왼쪽/오른쪽]달달한 작당의 중앙 테이블 / 그림책 입문용으로 추천해준 책들
"어른이 되어서야 그림책에 눈을 떴어요. 아름답거나 귀여운 그림으로 순하게 풀어놨지만 참 슬픈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울컥울컥하면서 위로가 되더라고요. 어른들도 그림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참하고 싶었어요."
아늑한 조명 아래 나무 냄새가 가득 밴 책장에는 2500여 권의 달달한 위로가 꽂혀 있다.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일상적인 공감과 실용을 매개로 한 스토리의 그림책이 많다. 요리, 여행, 텃밭 가꾸기, 수납 정리 등 라이프스타일북 코너도 따로 있는데 펼쳐보면 하나같이 그림이나 이미지 위주로 된 책들이다.
2층 라이프스타일북 코너
아기자기한 그림책 표지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공간이 곳곳에 나타난다. 중앙 테이블을 제외하곤, 다리 쭉 뻗고 앉아 기대거나 드러누워 책 읽기 좋은 공간이 대부분이다. 비밀 창고 같은 지하 서재에는 1인용 소파가, 자투리 공간에는 컬러링북과 색연필이, 책장 뒤편에는 다락방 느낌의 캡슐 침대가 놓여 있다. '나에게 달달함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주제로 컴퓨터 방명록을 만들어둔 것도 재미있다. 2층 야외 옥상은 숨은 명당이다. 책 한 권 끼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낮술을 즐기기 좋다.
다양한 수입 맥주와 음료, 디저트, 라면까지 갖춰놓은 것도 달달한 작당의 매력. 그 덕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조용히 일하다 가는 손님이 많다. 때때로 그림책 모임이나 퀼트, 바느질 모임이 자발적으로 열리기도 한다. 지난 2016년 7월부터는 예비 작가들을 발굴해 그림책 전시를 열고 있다. 어딘가에 묵혀 있던 달달한 선물 같은 그림책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왼쪽/오른쪽]각자 고른 그림책으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 날씨가 좋을 땐 야외 옥상이 명당이다.
아늑한 좌식 자리
오프라인 콘텐츠의 징검다리, 북바이북
맥주 파는 동네 서점으로 상암동에 둥지를 틀었던 북바이북이 1, 2호점을 통합해 맞은편 건물에 새로 문을 열었다. 'book by book'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읽기를 뜻하기도 하지만 책을 만드는 이와 독자가 소통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도 있다. 단순히 '책맥'과 '동네 서점'이라는 꼬리표보다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그만큼 북바이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다채롭다.
실용서, 인문서 등을 진열한 북바이북 1층
1층에는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한 글쓰기, 여행, 드로잉, 요리 등의 실용서와 인문서, 경제경영서가 빼곡하게 꽂혀 있다. 지하에는 소설과 에세이, 음악 관련 책 위주다. 1층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스무디, 맥주, 도넛은 덤. 책방 곳곳에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커피나 맥주를 들고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자. 커피 한 잔 무료로 먹는 법도 있다. 책을 두 권 구매하거나 구매한 책을 되팔아 포인트를 쌓거나 비 오는 날 책을 한 권 이상 사거나. 다가오는 장마철에 유용한 팁이다.
북바이북의 흥미로운 제도인 '책꼬리 쓰기'에 가담해도 좋겠다. 비치된 메모지에 짧은 독후감이나 추천 이유 등을 적어놓으면, 주인장이 해당 책에 꽂아둔다. 독자와 독자 사이의 오프라인 소통인 셈이다.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며 책꼬리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리가 하고 싶을 때', '경제, 잘 몰라도 상관없어', '콧바람 쐬러 눈누난나' 등 재치 넘치는 책 분류 문구도 눈길을 끈다.
[왼쪽/오른쪽]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혼자 들르는 손님이 많다. / 건강한 재료로 만든 도넛
책꼬리를 쓰면 커피 한 잔이 무료
책방 이상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 매달 블로그(http://bookbybook.co.kr)에 업데이트하는 강좌나 행사 일정을 살펴볼 것. 컬러테라피, 드로잉, 캘리그라피, 작가번개, 미니 전시 등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모든 강좌가 책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묻혀 있는 책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강좌 참가비는 음료나 맥주를 포함해 단돈 만 원.
미니콘서트, 강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지하 공간
내 방 삼고 싶은 만화방, 만화카페 섬
몇 년 사이, 쾨쾨한 이미지를 벗어 던진 만화방이 속속 생겼다. 만화카페 섬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민트, 파란색, 하얀색이 상큼하게 어울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만화 본다", "본 김에 완결까지" 등 현수막에 큼직하게 적힌 글귀도 흥미롭다.
푹신하게 기대기 좋은 빈백소파, 찜질방 1인 수면실 같은 골방, 텐트가 있는 다락방까지. 만화책 수십 권 쌓아두고 종일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공간이다. 그 덕에 평일에는 만화책을 베개 삼아 단잠에 빠지는 40대 직장인도 많다. 주말이면 20~30대 데이트족이나 아이 손을 잡고 오는 젊은 엄마로 꽉 찬다. 미끄럼틀이 놓인 볼풀, 책장 곳곳에 놓인 피규어, 대형 만화 캐릭터 인형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눈길을 끈다.
내 집처럼 편안하게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곳
가로수길 본점, 해운대점에 이어 2016년 1월 세 번째로 문을 연 영등포점은 약 2,000권의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순정만화, 음식, 로맨틱코미디, 판타지, 격투, 추리 등 장르별로 구분해 놓았다. <란마 1/2>, <캔디캔디> 등 추억의 만화부터 최근 드라마로 개봉한 <운빨 로맨스>와 최신 웹툰까지 입맛대로 골라 읽을 수 있다. 책장 한쪽에는 '순수한 만화쟁이', '내 마음은 순정순정', '섬 주인장 강력추천'이라는 카테고리를 달아 추천 만화책 목록을 붙여놓았다. 60권에 달하는 <전략 삼국지>는 주인장이 발품 팔아 중고 책방에서 직접 구해온 귀한 만화책이다. 스낵류와 볶음밥, 컵라면, 만두, 맥주 등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들기 좋은 주전부리도 다양하다.
[왼쪽/오른쪽]2000여 권의 만화가 들어찬 책장 / 출출한 속을 달래기 좋은 먹거리들
여행정보
달달한 작당
-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23길 22-7
- 영업 시간 : 11:00~22:00(공휴일 12:00~22:00)
- 이용 요금 : 1인 1음료 주문 시 1시간 무료, 이후 5분당 200원
- 문의 : 02-322-1933
북바이북
- 주소 :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4길 26-2
- 영업 시간 : 11:00~22:30(평일), 12:00~19:00(토요일 및 공휴일)
- 문의 : 02-308-0831
만화카페 섬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27-1 영인빌딩 3층
- 영업 시간 : 11:00~23:00(평일, 일요일), 11:00~24:00(금․토요일)
- 이용 요금 : 1시간 2400원, 2시간+음료 6500원, 종일+음료 1만 8000원
- 문의 : 02-2068-8977
주변 음식점
숙소
- 피터캣호텔 : 마포구 백범로2길 21 / 02-717-0722(굿스테이)
- 스텐포드호텔 : 마포구 월드컵북로 58길 15 / 02-6016-0001
- 라이프스타일 E호텔 : 영등포구 경인로108길 6 / 02-2675-1985
글, 사진 : 강민지(여행작가)
※ 본 저작물은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2018년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3유형으로 개방한 '책만 보던 책방의 유쾌한 진화, 서울 이색 책방'를 이용하였으며, 해당 저작물은 대한민국구석구석,http://korean.visitkorea.or.kr/kor/bz15/travel/content/C03020100/view_2387282.jsp?areaCode=1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