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5일,월요일-벗는 나무,껴입는 사람
칼칼한 바람.
시베리아 자작나무들은 얼마나 추울까.
‘하얗고 긴 종아리가 슬픈 여자’(최창균 시인).
가녀린 나무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백색공화국을 만든다.
북풍한설 겨울의 최전선에서만 사는
은백색의 군대.
눈부신 옥양목 맨살 드러낸 채
‘얼음 숲을 밝히는’ 등불.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연인을 감싸던 순백의 정령.
알타이샤먼들이 그 껍질로
‘별 담는 주머니’를 만들었던 ‘은 싸라기 망태'.
창백한 얼굴로 겨울을 지키는
그 모습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바람 불어 옷 훨훨 벗어버린 나무 성자들.
허파꽈리 같은 줄기 모두 드러내놓고,
대책 없이 서 있다.
나뭇잎 한 잎 질 때마다
겨울이 한발 한발 오는 줄 알았지만,
막상 다 지고 나니 뼛속까지 시리다.
하지만 한겨울 무거운 눈 덩이
주렁주렁 매달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한평생 자식들 키우느라
허리 꼬부라진 부모님.
찬바람 불면,
그분들 걱정에 마음 졸인다.
시리고 차가운 바람불어도
앙상한 나무가지에 매달린 등불하나만으로도 따듯해질수 있는
겨울이 되시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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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가로수길 지나다보니 은행잎이 모두
다 떨어지고 벌거숭이 나무가 되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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