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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은 긴 세월을 거쳐 울창한 숲을 이룬 벚나무 숲에 둘러싸여있는 한 저택을 배경으로 오랫동안 집을 떠나있던 이들의 귀환과 함께 시작합니다. 저택의 안주인인 라네프스까야는 남편이 죽고 사랑했던 아들이 물에 빠져죽자 집을 떠나 파리에서 생활하다가 둘째 딸과 돌아온 참이죠. 그동안 집은 큰 딸인 바랴가 최선을 다해 관리해왔지만 이미 차곡차곡 쌓인 빚으로 인해 벚꽃동산과 저택은 경매될 예정입니다.
체홉이 쓴 유명한 작품 중에 하나인 이 작품은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 경매가 끝나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흩어져가는 과정을 통해 러시아의 당시 모습과 인생의 여러 가지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벚꽃동산과 저택은 단순히 땅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에게 제각각 특별한 의미를 뜻합니다. 라네프스까야에겐 가족의 슬픔과 기쁨이 담겨있는 거대한 앨범, 로빠한에겐 너무나 사랑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비참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곳, 바랴에게는 무거운 책임이자 족쇄, 아냐에게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지만 새로운 미래로 가는 출발점...등등
풍요로웠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몰락해가는 안주인과 그녀의 오빠는 결국 로빠한에게 가문 대대로 이어져온 모든 것을 넘겨주게 되고 별장들을 짓기 위해 벌목되는 벚나무들의 운명은 새로운 러시아로 변해가는 사회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듯합니다. 길을 떠난 이들 모두의 마음에 기쁨이든 슬픔이든 각자의 벚꽃동산이 아로새겨져있겠지만 더 이상 예전 같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새 세상에 적응하기엔 너무 늦은 늙은 집사가 모두가 떠난 집에 홀로 남은 모습은 <벚꽃동산>을 볼 때마다 애잔해지는 장면입니다.
빈 액자를 사용한 상징적인 무대와 의상에서 고전적이기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나쁘진 않았는데 공연 초반이라서 그런지 조율이 덜 된 느낌이고 긴 공연시간에 고르게 힘이 배분되는 느낌이 약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단체관람 온 분들의 관람태도가 좀 산만했던 점이에요. 공연은 무대 위에 있는 분들 뿐만이 아니라 무대 밖에 객석 분위기도 큰 역할을 하거든요. 아쉬움은 있었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갑자기... 벚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봄이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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