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톡톡

심심할 때, 힘들고 팍팍할 때, 격려와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시가 있는 아침]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

글쓴이 ㅁ궁화

등록일 2012-10-03 08:32

조회수 481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 - 이근화(1976~ )


호박죽 포장을 들고 있었다

오토바이가 쓰러졌고 한참을 미끄러져 나갔다

쿵 소리가 먼저였던가

계산하던 아줌마가 영수증을 건네주다 놀라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고 어떡해 어떡하지 어떡하나

헬멧을 벗은 사람은 초로의 남자였다

오토바이 밑에 깔린 다리를 빼지 못했다

설탕 트럭을 피하려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걸까

트럭 운전수가 오토바이를 들어올렸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경찰서인지 병원인지 모를 곳으로 손가락을 놀렸다

호박죽은 식어 가는데

죽집 아줌마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가야 하는데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엄마한테 가야 하는데

(중략)

아줌마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 말하지 못했다

죽은 식어 가는데 엄마가 오르락내리락 기다리는데

남자의 죽은 누가 포장해갈지

빚쟁이 딸이 있으면 어떡해

달콤하지 않은 걱정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스크랩 추천0
X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2,912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329874   생명의삶 - 전능자의 징계는 유익합니다 석현이네..2012-10-09496
329873   <할아버지, 밥 먹어!> 서평~! 워니552012-10-09506
329872   [가슴으로 읽는 시] 녹음 ㅁ궁화2012-10-08449
329871   [가슴으로 읽는 시] 담장 ㅁ궁화2012-10-08574
329870   [가슴으로 읽는 시] 잎, 잎 ㅁ궁화2012-10-06458
329869   [가슴으로 읽는 시] 강의 안쪽에서 ㅁ궁화2012-10-06392
329868   고도원의 아침편지 / 적극적인 자세 ㅁ궁화2012-10-06522
329867   고도원의 아침편지 /'스님은 고민 없지요?' ㅁ궁화2012-10-05435
329866   [시가 있는 아침] 손가락 한 마디 ㅁ궁화2012-10-04438
329865   [시가 있는 아침] 다 리 ㅁ궁화2012-10-04424
329864   [시가 있는 아침] 버찌 도둑 ㅁ궁화2012-10-04432
329863   고도원의 아침편지/ 체 게바라처럼 ㅁ궁화2012-10-04462
329862   [가슴으로 읽는 시] 모란의 얼굴 ㅁ궁화2012-10-03488
329861   [언중언]추분(秋分)의 의미 ㅁ궁화2012-10-03634
329860   [시가 있는 아침]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ㅁ궁화2012-10-03589
329859   [시가 있는 아침] 제발 이 손 좀 놔주세요 ㅁ궁화2012-10-03482
329858   고도원의 아침편지/높은 곳의 땅 ㅁ궁화2012-10-03549
329857   고도원의 아침편지/새벽에 용서를 ㅁ궁화2012-10-02621
329856   브릴리언트 pp22yy ..2012-09-30574
329855   "일류사회로 가는 교육혁명" 을 읽고 후기 올립니다. 장계영2012-09-30590
쓰기
검색 목록보기


미즈 함께날다
이벤트·체험단

기간 ~

포미비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