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술안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음주 문화는 이젠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 잔을 마셔도 깔끔하게, 그리고 나의 주량을 넘지 않는 적정한 선을 지키며 마셔야 하는 것이 이젠 일반적인 음주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기분 좋을 때의 술 한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 한잔은 두 배의 기쁨을 얻고, 근심을 사라지게 하는 묘약이기도 하다.
여기에 또 하나, 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안주이다.
맛있고 푸짐한 안주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 것은 아마 술을 못하는 나뿐 아니라 술을 즐기는 애주가들도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소주에는 얼큰한 국물이 있는 안주, 막걸리에는 맛깔스러운 부침, 그리고 시원한 맥주에는 신선한 야채를 버무린 샐러드, 그리고 치즈를 올린 카나페는 와인 한 잔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머리속에서 요리되는 안주는 몇 가지 뿐이다. 가끔 외식으로 술자리를 갖게 되면 술보다 더 찾게 되는 것이 여러 안주이지만 위생상, 비용상, 그리고 영양적인 면에서 따져본다면 참..., 고민스러운 것이 안주의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집 술안주』는 정말 멋지고 맛있고 간단한 안주를 총망라하는 책이다.
주당들을 위한 건강 안주를 소개하는 레시피북이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맛있고 건강한 『우리집 술안주』를 알려준다. 저자는 식문화월간지의 요리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인도 간디 자연치료센터와 북인도 쿠킹클래스에서 연수하였으며, 동양매직 요리학원 원장과 선재사찰음식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카페 푸드의 메뉴 개발을 중심으로 한 카페 푸드 스쿨과 기업 쿠킹 클래스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는 이력은 특이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집 술안주』에는 사케, 막걸리, 와인 맥주, 소주 양주에 어울리는 안주의 레시피와 속풀이 음식, 약술과 단짝 안주까지 소개한다. 기본적인 메인 안주와 그에 곁들이면 금상첨화인 서비스 메뉴를 소개한다. 그리고 술에 관한 미니 정보까지 두루두루 소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2인분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지만, 손님초대나 대가족을 대접할 때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8인분의 레시피도 참고해볼 만 하다.
일본 특유의 술 사케. 청주를 통칭하는 사케는 쌀과 누룩을 원료로 발효시킨 술이라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술이다. 다시마 물, 설탕, 맛술을 넣어 달달하고 부드럽게 부친 일본풍 달걀말이. 흔히 만드는 두부 지짐이는 찌개 대신 두부와 버섯소스도 잘 어울리는 안주다. 일본의 부침개인 오코노미야키도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파전을 만드는 방법에 올려지는 재료가 조금 다르고 소스를 뿌린다는 점만 기억하면 일본 선술집에서 먹던 오코노미야키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간장떡구이, 우엉미소국, 미역볶음은 요리방법도 간단하면서 깔끔함을 주는 안주이다.
왠지 찌그러진 주전자와 큰 사발에 넘칠 듯 부어 마셔야 제맛을 느낄 것 같은 막걸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술이다. 술 빛깔이 흐리고 텁텁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박하면서 고즈넉한 그 맛은 애주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술이기도 하다.
제사나 차례를 지내고 남은 재료로 오징어북어찜을 만들어보고, 친구들과 함께했던 여행길에서 꼭 끓여 먹던 감자고추장찌개를 다시 만들어 본다. 술을 마시면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사계절 회무침도 막걸리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아삭아삭하고 향긋한 미나리 양파겉절이는 텁텁한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맛깔스러운 안주이다.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와인은 이젠 대중화된 요리와 함께 곁들이게 되는 술이 되었지만 와인 안주는 왜 이렇게 비싼지..., 그렇다면 집에서 간편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와인 안주를 만들어보자.
와인 안주는 무엇보다 배는 부르지 않으면서 와인보다 튀면 안 된다. 그것에 딱 맞는 안주가 바로 색색 카나페이다. 식빵, 닭가슴살, 참치, 크래커, 마요네즈, 양파, 피클로 맛있는 카나페를 만들어 본다. 마땅한 재료가 없을 때 제철 과일을 예쁘게 담아 요구르트나 생크림과 함께 곁들여 내는 방법도 있다. 와인안주라고 꼭 고급스러운 재료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으깬 두부에 굴소스를 넣어 볶은 뿌리채소를 버무린 뿌리채소 두부볶음, 바질이나 로즈메리, 파슬리 등의 향신료를 넣은 허브스콘도 와인 안주로 충분하다. 담백한 맛이 와인의 향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표고버섯 나물 전처럼 전 종류도 와인이랑 무척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더운 여름 어떤 음료보다 갈증을 확실하게 풀어주는 것이 맥주이다. 그런데 맥주 하면 떠오르는 안주는? 두말하면 잔소리. 바로 치킨이다. 맥주에는 치킨밖에 없다? 늦은 밤에도 살찔 걱정 없이 시원한 맥주와 함께 곁들일 안주는 없을까?
해시 브라운에 베이키드 빈스와 칠리소스 그리고 피자치즈를 듬뿍 올려 구운 감자 칠리구이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여름밤 손님상에 내놓을 안주로 손색없다. 떡과 냉장고에 남은 해물을 이용한 해물 떡그라탱, 맥주 안주의 대표주자 오징어구이에 와사비나 핫소스를 넣은 별미 마요네즈만으로도 근사한 안주가 된다. 팽이버섯과 마늘로 마늘구이 샐러드를 만들어 보자. 구운 마늘향이 맥주의 시원함과 짜릿함을 더해준다.
대한민국의 국민 술 소주, 곡주나 고구마주 따위를 끓여서 얻은 증류수 술인 소주는 넘길 때의 그 짜릿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주 특유의 쓴맛 때문에 안주에 더 신경 쓰는 독자라면 이런 요리는 어떨까.
모시조개를 넣고 시원하고 감칠맛 나게 끓인 조개탕, 매콤한 씨겨자 소스를 넣은 매콤달콤새콤한 해초오징어냉채, 기름기 많은 삼겹살 대신 된장 양념장을 발라 구운 돼지고기 된장구이, 달걀에 연두부와 새우젓, 여러 가지 채소를 넣은 연두부 달걀찜은 씁쓸한 소주의 뒷맛을 잡아주는 개운한 안주이다.
위스키, 브랜디, 데킬라, 진, 보드카, 코냑..., 서양에서 들어온 양주의 안주는 정말 간단하면서도 볼품없다. 과일 안주나 치즈 정도만 내놓게 되는데 조금만 부지런 떨어보자.
갖은 야채와 한 입 크기의 쇠고기 등심을 볶은 찹스테이크, 초고추장이 아닌 깨된장소스에 버무린 브로콜리깨된장무침도 상당히 괜찮다.
『우리집 술안주』의 맛깔스러운 안주를 소개하자면 끝도 없다.
230가지 술안주는 응용한다면 초대요리로도 그리고 가족의 특별 요리로도 손색이 없다.
한국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술을 마신 다음 날 꼭 먹어야 하는 속을 풀어줄 속풀이 음식, 속풀이 음식뿐 아니라 간단한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약술 담그는 법과 약술에 어울리는 단짝 안주도 소개한다.
『우리집 술안주』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우리 입맛에 맞춰 만든 안주가 대부분이다. 안주라고 해서 비싼 재료, 구하기 번거로운 재료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냉장고 안에 남아 있던 재료나 사다 놓은 캔으로도 충분히 응용하고 만들 수 있다.
『우리집 술안주』에 소개된 레시피는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인 남편에게는 술이 덜 취하게 하는 안주를 만들어 주고, 술을 못 마시는 나에게는 술 대신 즐기는 맛깔스러운 안주를 알려준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조금만 응용해서 맛있는 반찬이나 간식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레시피북이다.
푸짐하고 맛있는 요리를 가운데 놓고 술 두 잔과, 음료 두 잔을 놓고 가족끼리 오붓한 주말을 보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