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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다가 ‘어느누리꾼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구가 이제 연예뉴스가 아닌 전쟁 탐사보도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2013년 2월 ‘뉴욕타임스’는 한 블로거가 전쟁 무기에 대해 분석한 글을 인용하며 기사를 썼다. 놀라운 건 그 블로거는 단 한 번도 전쟁 지역에 가본 적도, 전문적인 기자 수업을 받은 적도 없다. 그는 유튜브에 올라간 수천개의 동영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기자들이 찾아낼 수 없는 새로운 사실을 세계에 알리며 ‘CNN’, ‘뉴요커’ 등 권위있는 언론사에서 전쟁무기 분석가로 활동하게 된다. 이제 그가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자신과 협업할 시민기자를 찾고 있다.
▲2013년 2월25일 기사 (출처:뉴욕타임스)
‘오픈소스 기자’로 불리는 이 사람은 엘리엇 히긴스다. 블로그 필명인 브라운 모지스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2012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대해 취미삼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가 하루 평균 모니터링하는 유튜브는 450여개. 일반 시민들이 올린 동영상이 대부분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글이나 검색 결과를 통해 특정 정보를 정리하고 올리기도 하다. 그것이 그를 오픈소스 기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취재원이나 독점 정보가 아닌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다. 그는 기존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유튜브에 나온 참혹한 전쟁 현장을 블로그에 글로 올린다. 실제로 브라운 모지스는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민에게 드럼통 폭탄을 던진 사건을 언론사보다 먼저 블로그에 올려, 최초로 해당 사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운 모지스(오른쪽)
브라운 모지스는 지금까진 조사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지만, 앞으로는 더 큰 웹사이트로 보도 플랫폼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름하여 ‘벨링캣‘ 프로젝트이다. 벨링캣은 이솝우화 ‘Belling the Cat’, 우리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우화에서 따왔다. 브라운 모지스는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많은 시민들과 함께 협업하면 오픈소스 기사를 쓸 예정이다. 뉴스인 만큼 사실인지 아닌지 명확히 따져봐야 하는데, 어떻게 정보를 걸러내고 활용하는지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브라운 모지스와 같이 직접 기사를 쓸 사람들을 벨링캣으로 모으는 셈이다.
벨링캣은 두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기사만 볼 수 있게 만든 페이지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기사 쓰는 방법과 오픈소스 도구 및 데이터를 공유하는 페이지가 있다. 브라운 모지스는 킥스타터 웹사이트에서 “탐사보도를 위해 전통 매체에 의지할 필요 없다”라며 “레딧, 유튜브, 구글맵 등으로 비용을 덜 내면서 더 빠르게 탐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브라운 모지스가 조사한 전쟁 현장에서 사용된 무기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활용했다. (출처 : 벨링캣 킥스타터)
벨링캣은 우선 전쟁국가 위주로 탐사보도를 할 예정이다. 시리아, 이라크, 터키, 나이지리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에 갈 수 있는 기자 수는 한정돼 있기에, 벨링캣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를 찾고 담으면 기존 언론사들이 미처 찾지 못한 새로운 소식을 뉴스로 만들 수 있다. 벨링캣은 킥스타터 모금을 통해 웹사이트 구축 비용을 마련하고, 이후 미디어나 관련 단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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