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울고나니 시원하네요..

글쓴이 은지맘

등록일 2010-02-19 00:29

조회수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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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현관은 한사람이  드나들수 있을정도로 좁은데요..

신발장이며,쓰레기통이며 모조리 현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제는 한사람이 옆으로 다닐만큼 협소해졌답니다..

그런데도 세상에서 제일 넓은 현관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아까저녁에 우리은지 분홍색 자전거가 배달되어 온거에요..

"어?이거 뭐지?저희집꺼 맞아요?"

이상해서 물었더니 택배기사분께서 보내신 성함을 얘기하는데 저희 아빠시더라구요..

'어라?아빠가 자전거를?'속으로 왠 횡재인가 싶어서 엄청 좋아라 하고 있었네요..뜯어보니 너무 예쁜 자전거가 들어있는데 저보다 우리은지..엄청나게 좋아하는데..그저 기쁘기만 했네요...애아빤느 자전거 조립하느라 바쁘고 저는 그틈을 타 친정집에 전화를 넣었네요..

"엄마,난데 아빠 들어오셨어요?좀 바꿔주세요~"

"어,그래..아빠다.."

"아빠,왠 자전거를 다 보내셨어요?놀랐네요.."

"구정때 너희들이 은지가 갖고 싶다고 하길래 보냈는데 벌써 도착했냐?"

아...이런...

지나가는 말로 아빠께서 우리은지는 뭐가 갖고 싶냐는 말에 제가

"아빠,우리은지는 자전거가 제일 갖고 싶을껄요~지난번에 캠핑가서 한번 탔는데 좋아서 내리려고도 안하더라구요..근데 너무 비싸서 못사주고 있어요.."

무심히 자나가는 말로 한건데 아빠께선 마음에 담아두셨나 보네요..

딸이 자전거도 마음대로 못사는 줄 알고 구정에 저희가고 바로 주문을 하셨다고 하시네요..

생각해보니...그말을 하면서 혹시나 아빠가 사주시려나?하는 마음을 가졌던것도 같네요...

정년을 앞두시고 심적으로 힘드신 아빠께..손녀일이라면 뭐든지 다 해주시려는 아빠란걸 알기에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는 걸 얘기한건 아닌가 싶어 죄송해지더라구요..

아빠도 지금 정년앞두시고 월급도 깎이시고 힘드신데...딸내미가 한말을 뭐그리 마음에 담아두시고..

하긴 이뿐만이 아니네요..

우리 은지가 케이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매번 친정에 갈때마다 아빠께서 집에 은지왔냐고 전화하시면

"은지야~케이크 먹고싶다고해~"

시키는 저는 아빠께서 은지가 좋아하는거라면 다 사주시는거 알아서 제가 먹고싶은것까지 말하는 못난딸이네여..가끔씩은 정말 제가 하고자하는걸 은지를 시텨서 말하곤 하는것 같아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녀앞에서는 꼼짝을 못하시는걸 알아서...

좁디좁은 현관을 이제는 자전거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데...갑자기 아빠께 죄송하고..감사하고 한 마음에 울어버렸네요..

우리남편 ..넌 참 눈물도 많다...하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못하고 잘못하고 죄송했던게 확 다 생각나서 한시간은 운것 같아요..찔끔찔끔...^^

그랬더니 시우너하기도하고 가슴이 후련하기도 하네요...

작년 아빠께서 환갑이셨는데 그때 마침 정말 형편이 어려워서 제대로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용돈도 조금밖에 못드려서 매번 죄송하고 그래도 그렇게 보내는게 아닌데 하면서 후회가 밀려오는데...남편은 칠순때는 정말 잘해드리자고하지만 마음이 아픈건 어쩔수가 없네요..

잘하는 딸이 되고싶은데 아직까지도 아빠께 기대기만 하는 제가...힘들면 떼쓰는 제가 못나보이네요..결혼하고도 부모님품을 못벗어난것 같네요..무슨일이든 의지하려는걸 보면요..

그래도 엄마께는 이런저런 마음을 내비치지만 막상 아빠께는 그러지 못하게 되는것 같아요..

어릴적부터 가까이 가기에는 뭔가 어려운 아빠의 존재가 아직도 있는것 같구요..

하지만 아빠께서 나이가 드시고 지금 뵈면 왜이리 아빠가 작아보이고 안쓰러워보이고...하는지 모르겠네요...어깨에 힘도 많이 빠지신것 같고...기도 많이 못펴시는것 같고...

가정에서는 밖에서 힘든일 내색을 안하시지만 표정만 봐도 아빠께서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계신지 알수가 있잖아요..결혼하고나니 남편의 어깨가 힘들고 쳐저보이는게 보이듯이 아빠의 어깨도 보게되는것 같아여.

아빠한테는 사랑의 표현도 잘 못하는것 같아서 항상 죄송했는데..

이제라도 좀 달라진 딸이 되볼까해요...

그래서 제일처음한일이 아빠께 사랑의 문자를 보내드린거였네요..

'아빠~사랑해요!!힘내시고 은지랑 작은딸이 있다는걸 기억하세요!감사해요'

하고 보냈네요...

답장이 왔네요..

'그래,아빠도..'

그래라는 단어에 그렇게 많은 뜻이 담겨져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네요..

무슨 계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항상 아빠의 사랑을 알고 느끼면서도 그걸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색해햇던것 같아요..

전 오늘 새롭게 아빠를 다시 만난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답니다..(자전거때문이 아니란건 아시죠?헤헤..^^)

엄마께만 사랑의 말을 자주하고 아빠께는 망설였던 지난날을 이제는 바꿔서 두분께 똑같이 사랑표현 많이 하면서 살려구요...

우리도 자식이

"엄마,사랑해..엄마가 세상에서 젤루 좋아"

하면 녹아나듯이 부모님들도 그럴테니깐요...

이작은 의미를 왜 몰랐을까요?

이제부터 표현 많이하며 살아가는 자식이 되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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