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고 없는 텅빈 교실
우등생 다섯 남아 팔십명 받아쓰기 시험지 채점 한다.
―애들아, 빵 들 먹고 하려무나
―아뇨, 배 안고파요 집에 가서 먹을래요.
애들은 한사코 그 빵을 아꼈다.
집에 가져가면 몇배나 맛있는 걸...
―누나, 옥수수빵 가져왔어? 얼릉 줘.
가난한 시절 누나도 동생도 그 재미로 살았다.
어머니보다도 빵 가져오는 누나가 더 기다려졌다.
채점을 마치고 학교 정문을 나서려는데
―야 니네들 빵 받아왔지 이리줘!
고아원 애들이 떼거리로 달려들어 험상궂게 쬐린다.
그 가운데 반장이 체면 차리려 나서는데
―오늘만이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빵 한개를 내어주고 벌레 씹어 먹은 얼굴로 집에 온다.
동생은 누나가 왠지 시무룩하여 찝질하지만
그래도 빵이 좋아 시치미 떼며 조른다.
누나는 리쿠샤쿠 맨아래 숨겨진 쉰내나는 방을 꺼낸다.
며칠 후 험상궂은 고아 애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그날 누나는 배터지게 먹으라며 어깨를 올렸다.
―웬 두개씩이나 주는겨?
누나가 우윳가루 더운물에 개어주며 말했다
―아 고소하다. 고놈 들 낼은 학교 못오겠쥐.
누나는 동생에게 이실직고 까르르 웃는다.
―고아 애들 쓰레기통에 박힌 썩은 빵 주었지.
누나와 나는 우윳가루 개어 목 적셔가며
무등산 바라보며 흥겨운 합창 돌림노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