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싸인하지 맙시다!

글쓴이 SarA

등록일 2009-07-06 17:13

조회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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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요추부염좌로 정형외과에 7일간 입원했었는데


내가 가입한 두개의 보험회사에 입원비 지급 청구를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의료실비를 보장하는 S화재에서는


입퇴원확인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팩스로만 보내도 며칠후 통장으로 바로 돈을 보내왔는데,


가입한지 10년 넘은 A보험회사(암보험상품)에서는


내게 "개인정보공개"에 동의한다는 서명날인을 요구해왔다.


일명 찾아가는 서비스로 내 사무실까지 직원이 찾아와 준것은 편리하고 고마웠지만,


그 중년의 남자직원은 동의서에 싸인하지 않으면 서류접수 자체를 받아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2007년 겨울에 나는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해서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해자측 보험회사 직원이 나와서 보험금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가 요구하는 대로 개인정보공개동의서에 싸인을 해준 적이 있다.


그것은 나의 입퇴원 전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상습적인 보험사기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사안의 중요성을 미처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덤벙 서명을 해준 것이다.


시쳇말로 난 꿇릴 게 없으니까 해줘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불과 얼마후 소비자 고발프로에서


그 동의서에 서명해줘야할 의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말그대로 그것은 보험회사의 편의에 의한 것이며


뭐든 꼬투리라도 잡아 한푼이라도 보험금을 덜 지급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왜 알지 못했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 나의 몸에 대한 이력을 공개적으로 훔쳐본다는 사실은 소름끼치기 까지 했다.


가령 젊은 여성들이 드러내고 싶지않은 병력들 -치질수술 이라든가 유산시술 등- 이 까발려 진다는 것은


불편부당한 폭력적 처사일 수도 있다.



몰라서 한번 당한 것도 억울한데 알면서 또 당할 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이 지긋하신 보험회사 직원과 어쩔 수 없이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


내가 이미 보험회사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우기는 작전으로 내 기선을 꺾으려는 그분을 상대로


나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 싸워야 했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싸운 상대는 보험회사였지 그 사람 자체는 아니었다.


원론적인 얘기만 거듭하는 그에게 나는 쐬기를 박으며 일어섰다.


"더이상 우리끼리 말씨름하며 시간허비할 필요 없으니까 서류접수 안받으실 꺼면 그냥 가세요.

 전 여기서 고작해야 몇만원 나오는 거 안받아도 상관없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험감독원에 이의신청을 넣겠습니다.

 보험감독원에서도 거기에 싸인해줘야 한다고 하면 그때 다시 접수할게요.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기세를 꺽지 않자 그는 내게 디밀었던 서류들을 추슬러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돌아서 나간지 5분도 안되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고객님, 죄송합니다...제가 가면서 알아보니까 고객님 말씀이 맞더라구요."


(칫...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단지 그렇게 강요하라고 교육받았겠지!)


결국 그는 되돌아와서 내가 준비해놓은 서류들을 접수해갔다.


회사로 돌아간 그는 아마도 동의서에 싸인을 받는데 실패한 것에 대해 상사의 문책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어릴적 아버지뻘 연배되는 그 분의 뒷모습에 측은지심을 느꼈지만


내가 소비자로서 정당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답도 왕도도 없는 것 같다.


아는 것이 힘이기도 하고, 모르는 게 약이기도 하고.


하지만 소비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게 문제지만....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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