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배신감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믿었던 지인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보거나
노골적인 거짓을 발견할 때의 실망은 상실감과도 같다.
그렇다면, 그 동안 보았던 좋은 모습들은 다 뭔가?
그것조차 일시에 부정할 만큼 큰 거짓이 있을까?
그러나 내 안의 거짓의 무게도 만만치 않음을 아는 만큼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기엔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오두막’(윌리엄 폴 영 지음)은 필사해둘 부분이 참 많은데
한 부분이 내 질문에 대한 열쇠를 보여주었다.
<“거짓말은 힘과 안전을 느끼게 해주는 작은 요새죠. 당신은 거짓말이라는 작은 요새를 통해 자기 삶을 영위하고 다른 이들의 삶을 조정하려고 해요. 요새에는 경계가 필요하니까 담장도 세우게 되죠. 그 담장이 당신의 거짓말을 정당화해주죠….”>
왜 우리가 거짓말이라는 요새로 달려가곤 하는지 이 책은
아름다운 대화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맥, 당신은 살아남았으니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에게 심한 상처를 주었어요. 삶도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고요. 거짓말은 상처받은 사람들이 손쉽게 달려갈 수 있는 장소죠. 안정감과 더불어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하면 되는 장소를 제공해주니까요. 어둡지 않던가요?”
“정말 어두웠어요.”
맥이 고개를 한 번 흔들며 중얼댔다.
“그곳이 보장해주는 힘과 안전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겠어요? 바로 그게 문제죠.”>
이 책은 ‘정직이라는 위험을 택해 보라’고 말한다.
나도 경험한 바가 있다.
거짓이 주는 안정감에 비해 정직이 주는 야생의 자유는
비할 바 없는 충만함을 주지 않던가.
상처 안에 웅크린 채 타인에 대한 원망감, 자신을 희생양으로 놓고
끝없이 합리화 하는 어두움에서 벗어나
야생의 자유를 택하는 힘,
그건 일상에서 선악을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우리 내부의 강인함과 나약함의 싸움에서 생겨나고 단련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자기 성찰과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정말 강인한 자로서 선택조차 필요치 않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일상의 선악이 닿지 않는 거리에 놓인
정치권의 구태와 악함이 극에 달했을 때
다시 멈칫 하며 내 안의 싸움을 돌아본다.
이 싸움을 멈춘 채 거짓의 요새에 안주한다면,
정말 두려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는 전율할 만한 악함,
그것이 나를 정의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준엄한 사실,
그걸 직면하고자 한다.
이쁜딸딸맘
답글
떰
거짓이 마음속에 작은 요새..가 될 수 있다..거짓과 비도덕은 같은 격이 되는 걸까요?
전 이 글을 몇번이고 읽으면서..떠난 그님을 생각했어요.
아무도 도덕을 말하지 않는 시대에...돈이면 다 된다는 시대에 살았던....부자가 절대선의 경지에 올랐던 광기의 시간을 지나오면서...주눅들고 한껏 초라해졌었는데요.
그 시절에 그래도 나는...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살걸..그랬다..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거짓의 요새와 튼튼한 담장 하나쯤..다들 품고 살면서..어째서 그님에게는 성자의 경지를 닥달했던건지..
나는 왜 또 무언으로 그걸 동조하고 자빠졌던건지.
나는 가슴으로 터져나오는 글 한줄 쓰지 못하고 괴로워서 얼굴 돌렸다가 다시 울면서 바라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님에게 조롱을 퍼붓던 사람들을 내 주변에서 다 잘라내고, 내가 이래도 되나...한숨 쉬다가..그래도 다시는 어영부영 살지 않겠다고..그렇게 살바에야 차라리 외로운 것이 낫겠다고 다시 맘 잡아봅니다.
제게는 정직이나 거짓 보다는 그 가운데서...타협..하자는 손짓이 젤 두렵고 무섭습니다.
근데요...타협해서 정직과 거짓의 가운데서 한발씩 걸치고..사는거..사실 이게 젤 쉽고 간편하지 않나요? 때론 왜 꼭 흑백이어야 하느냐..궤변 늘어 놓으면서 ..ㅎ
[제대로 이해나 했는지..원.......이해력이 딸리고..내가 너무 무식함을...님 글을 읽을때마다..느껴요. 근데도 늘..엉뚱한 답글을 부끄럼도 없이..ㅋㅋㅋ 저 원래 이러니..이해하시와요~~]
답글
디토
떰님의 댓글 읽고 한참 생각했었습니다. '어째서 그님에게는 성자의 경지를 닥달했던건지'라는 말에 저도 가슴이 너무나 아파옵니다. 맞아요..언제나 저 자신이 타협의 경계에 서있으면서도, 스스로 정직하다고 착각하며 남을 향해서만 판단의 잣대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나의 나약함을 알고 깨어 있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데도 말이지요. 이래저래 가슴 아픈 요즈음입니다.
메이폴
무겁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내 안의 선과 악.... 위험한 정직.. 자기성찰과 싸움..
힘듭니다.
때론 모든 것을 떠나 외면하는 편한 길을 택하곤 합니다.
이런 것을 비겁이라 하겠지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