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며느리

글쓴이 만석

등록일 2009-06-10 19:58

조회수 1,030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곧  결혼할 것이니 우리 집에 묵으면 안될까? 호텔료도 적지 않을 텐데..."
결혼 준비를 위해 두어번 서울에 날아온 막내아들의 그녀에게 내가 제안했다.

"엄머니. 그러면 신혼이 안 재미있어요."

옳거니. 첫날밤이 재미가 없다는 말이렸다.


신혼여행을 뒤로 미룬 이들 새내기 부부가 호텔에서 2박을 하고 내 집으로 들어온다고.

하루 밤은 집에서 자고 다음 날 출국을 한다고 한다.  


다음 날.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큰절을 하려고 앞에 선 새댁을 보아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오빠 쳐다보고 오빠가 하는 대로만 따라 해."

딱한 그녀의 얼굴이 활짝 갠다. 어느 쪽 손이 위로 가고 또 그 손이 아래 쪽으로 가면 어떠하랴.

가랑이를 벌리고 앉은들 어떻고 아니 벌린다고 대수랴.

미처 생각을 못해서 지금은 그렇다만 다음엔 정도를 가르쳐야겠다.


출근을 하는 영감을 배웅하는 이 많으니, 나는 큰 어른인 척 뒷짐을 지고 멀리 섰다.

고운 새며느리의 배웅이 즐거운가 영감이 연신 싱글벙글이다.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십시오."

새댁의 인사에 나는 거실에 주저앉고 큰아들 내외와 작은아들이 박장대소. 현관 밖에 섰던 시아버지는 그 특유의 소리 없는 웃음으로 차라리 울상이다.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던 새댁도 울상이긴 마찬가지.


이럴 땐 내가 교통정리를 담당한다.

"맞잖어~. 안녕히 가시고 저녁에 또 오시고... 저녁에 안 오시면 큰일이니까 흐흐흐."


작은아들의 그녀는 일본녀다. 그녀는 서울의 언어학당에 한국어 연수를 하러 왔었다고 한다. 내 아들이 일본으로 취업이 돼서 곧 일본으로 출국할 즈음에, 서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도와주다가 사랑하게 되었다 한다.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걱정하던 차, 그러나 노련한 그녀의 한국어가 그런 걱정을 만회했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있게 아침 인사를 하고는 식구들을 웃긴다. 앞으로 웃을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아 손만 붙들고 흔드는 것보다는 그녀의 좀 부족하긴 해도 그만한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녀는 일등 며느리에 틀림이 없다. 날 자주 웃겨줄 터이니 말이다. 우하하.

쿠팡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5,875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0802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요? 1 공룡킹2009-06-21993
20801   안철수씨 어머니가 궁금하다 9 디토2009-06-213107
20800   자귀나무 4 현이2009-06-211583
20799   감기가 사람을 넘 힘들게 하네요~ 6 공룡킹2009-06-21997
20798   온 몸이 일기예보.. 깊어지는 우울증... 9 누봉이2009-06-201143
20797   아름다운 루드베키아 3 현이2009-06-201200
20796   백일동안 핀다는 백일홍 4 현이2009-06-191523
20795   오디~~~따고 왔어요. 5 공룡킹2009-06-181213
20794   우리 집 단골메뉴.....ㅠㅠ 13 누봉이2009-06-181109
20793   으아리 2 현이2009-06-181203
20792   아버님 집에 가전제품을 선물해드릴려고요 2 총명이네..2009-06-17696
20791   산 딸기 2 현이2009-06-171084
20790   발단은 아주사소한... 4 누봉이2009-06-171010
20789   공연 보고 공원도 가고~~ 1 시은맘2009-06-16826
20788   피노키오 보고왔어요..^^ 1 시은맘2009-06-162277
20787   물건 사기 전 KC마크 꼭 확인하세요 KC마크2009-06-161057
20786   손이 넘 아파요~~ 1 공룡킹2009-06-16750
20785   큰 까치 수영과 나비들의 사랑 2 현이2009-06-161107
20784   ㅋ 저희딸 오랫만에 사진올려요~^^ 1 아니카마..2009-06-151202
20783   내가 왜 할머니야? 2 누봉이2009-06-15919
20782   쌀벌레 나빠요~~나빠~~^^ 1 공룡킹2009-06-15932
20781   요즘도 이뻐용 현이2009-06-15665
20780   도넛 만들기 힘들었어요~~ 4 공룡킹2009-06-141272
20779   섬기린초 현이2009-06-141281
20778   너무나 소중해서 사실은 모르고 살았던... 4 누봉이2009-06-131384
20777   석류꽃 보셨나요?? 5 현이2009-06-13905
20776   물건 사기 전 KC마크 꼭 확인하세요 1 KC2009-06-12724
20775   사진 좀 골라주세요..부탁드려요~★ 4 시은맘2009-06-11963
20774   아이 사진 유화로 만들었어요 시은맘2009-06-111394
20773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에 1 김수연2009-06-11940
20772   말나리예요 5 현이2009-06-11807
쓰기
검색 목록보기


쿠팡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