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니?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도 다 건강하시지?"
"네~. 그런데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
"왜?, 무엇때문에?"
"작년에 위암으로 돌아 가셨어요"
"위암은 병원에서 수술받으면 되는데, 발견이 너무 늦었던 모양이지?"
"아니예요. 수술받으면 된다는데, 돈이 없어서요"
"허허~, 연락이라도 좀 하지. 도와줄 방법을 찾았을텐데..."
이 대화는 수년 전, 밤 날씨가 무척 차거운 5월 말 어느 일요일 아침, 계곡 깊이 위치한 저수지에서 혼자 밤낚시를 하던 소인과 새우를 잡기 위해 쳐 놓은 망을 회수하러 나온 새까맣게 그을고 삐쩍 마른 중3 소년과의 대화였습니다.
그리고는 소인은 급히 낚시를 걷어 짊어지고 산 능선으로 나 있는 임도에 주차해둔 자동차로,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 흐릿한 눈을 훔치며, 급히 달려 올라가면서 "안돼. 내 자식도 저렇게 만들어서는 안돼. 어떻게 해서든지 살려야 돼"하고 외쳤지요.
그 길로 집에 와서 재수술을 반대하는 처갓집 식구들과 대판 싸우고는 "같은 방 Girl friend"가 눕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가서 강제로 퇴원수속을 마치고 월요일 첫 비행기로 서울대 병원 응급실로 재입원시킬 준비를 마쳤지요.
그 당시 소인의 가족은 서울대병원에서 직장암으로 1차 수술을 마치고 퇴원해서 약 5개월 가량 요양생활 중, 장유착이 발생해 다시 지역병원에 25일 정도를 입원해 있었는데, 이미 심각한 탈수현상으로 몸은 피골이 상접했고 만삭이 된 것처럼 배는 가득 부어있는 상태였으며 정신상태도 심각한 우울증으로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처가집 식구들은 재수술하면 죽는다고 소인의 집에 대거 장기 칩거하면서 강력한 반대를 하고 있었고, 퇴근 후 병원에 가면 가족이 소인만 보면 죽일 듯이 싸우고 대들었기 때문에 병실에서 밤을 지내지 못하고 병원 앞에 주차해 둔 자동차에서 밤을 밝히고는 아침에 잠깐 병실에 들러보고 집에 와서 애들 등교시키고 출근하곤 했지요.
또 토요일은 병원에 갔다가 병실에 잠시 들러보고는 있을 곳이 없어 아직도 추위가 가시지 않은 저수지에서 낚시대 걸어놓고 혼자 밤을 지세우며 신세 한탄하며 눈물짓곤 했지요.
그날 아침. 저수지에서 만난 상수원지 감시원의 아들을 보고는 강력한 처가식구들의 반대를 음주 폭력(?)으로 잠재우고, 가는 도중 죽을 것 같아 태워줄 수 없다는 비행기에 각서를 쓰고 억지로 태워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응급실에 입실 후 2시간만에 긴급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때까지 한 달간을,또 다시 소인은 매일 비행기로 서울에서 포항으로 출근하고, 포항에서 서울로 퇴근하는 전국에서 가장 먼 통근거리를 가진 직장인이 되었고, 겨우 한 달이 지나 퇴원수속마치고 나니 수술때 장유착으로 관장을 하지 못한 상태로 수술을 하여 이물질이 장밖으로 일부 흘러 복막염이 발생하여 재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마지막 진찰결과에, 싸둔 짐을 다시 풀고는 허탈감과 절망감에 그만 유리창 밖으로 투신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던져진 돌인데.. 방법이 없었지요. 사랑하는 가족을 염라대왕 식사거리로 바칠 수는 없지 않아요?
아물었던 상처를 다시 째서 배를 열어놓고 일주일을 치료하고 나서 겨우 재봉합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었지요.
인간의 목숨은 정말 질기더군요. 그리고 현대의학은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5.56mm 소총 한 방맞고도 죽는데, 배를 열어놓고 일주일을 가도 사람이 죽지 않으니...
우여곡절끝에 겨우 퇴원하고 1년 10개월 정도의 요양 중 다시 간암으로 재발해서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간암수술(4차 수술)때 잠시 처음 입원해 있던 병실에 들렀더니 함께 입원해 있던 분들은 아무도 없더군요. 이미 등판에 흰 날개를 달았는지? 완치해서 다시 병원에 올 일이 없었는지?
이렇게 서울대 병원에서 4차례의 대수술을 받아 겨우 목숨을 건졌고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6년에 걸친 악전고투동안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은 어느 덧 고등학생이 되었고 소인은 빚더미위에 올라 앉았지만 (소인의 가족은 머리카락 한 올에 족히 10만원이상 가치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한 생명을 건졌다는데서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모처럼 가족의 암 투병기를 적다보니 문득 생각이 납니다.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님. 방영주 교수님! 그리고 김주현 선배님. 소인은 님들께서 베풀어 주신 고귀한 인술에 깊이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직접 찾아 뵙고 보답드리지 못하지만, 소인은 맡은 직무를 통해 님들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이 사회에 보답 환원시켜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추호의 흐트러짐이 없이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선아님. 오랫만에 들렀더니 선아님의 힘빠진 어깨가 무척 무거워 보이는군요,
무슨 일이신지는 몰라도.. 힘내세요.
선아님의 그 당당한 "곤칡이 정신"이 어디로 갔나요?
방금 위에서 소인의 "곤칡이 정신"보셨잖아요.
저승에서 온 후문에 의하면, 소인이 가족 살릴려고 악전고투(냉정한 환자관리와 철저한 요양관리)할 때, 염라대왕께서 입맛을 쩍쩍 다시며, "아이구! 아깝다. 젊고 야들 야들한 것을 요리해 먹을 수 있었는데, 저 놈들(의사와 소인)이 숫가락 탈치는구나. 아이그~ 아까워..."이랬다는군요^^
선아님. 힘내세요, 그리고 다시 곤칡이 정신 일으켜 보는 겁니다. 회원님들께서도 함께.....
다가오는 즐거운 성탄절! 마님들께 행복을 가득 전해 드립니다. 덤프트럭으로 발송하겠습니다^^ 받으시면 연락~~~~~